Pray for Paris
안녕하세요.
프랑스 현지 리포터 박선아입니다.
저번 달에도 시리아 난민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 포스팅을 해서 이번 달에는 좀 밝고 긍정적인 현지 이슈를 들고 오고 싶었는데, 최근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다뤄야 할 거 같은 의무감이 들어서 결국 또 무거운 주제를 이번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하려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뉴스와 신문에서 많이 다루어서 제가 이 사건을 다루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질문을 스스로한테도 많이 해보았지만, 어쩌면 전인류를 상대로 계획되었을 지도 모를 테러에 대해 나름의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자는 의미에서 금요일부터 기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사건 당일만 하더라도 저는 친구가 참여하는 콘서트에 함께 가며 우스갯소리로 ‘오늘 13일의 금요일이래, 너희한테 오늘 굉장히 안좋은 날 아니야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도 역시 장난스럽게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행운을 가져다 주는 날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어서 13일의 금요일에 로또가 많이 팔리기도 해.’라고 대답해주었고요. 콘서트 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프랑스 명곡들을 많이 들어서 기분 좋게 귀가를 했는데, SNS에 접속하니 제가 친구의 콘서트에서 노래를 듣는 동안 파리에서는 엄청난 테러가 일어났었더라고요.
그 날은 새벽까지 기사를 읽고, 소식을 접하느라 일찍 잠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프랑스 검찰청장인 프랑소와 몰랭 (François Molin)이 발표한 파리 연쇄 테러 사건의 추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테러 당시 바타클랑 콘서트장에 있던 유럽 1 방송국의 기자 줄리앙 페흐스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프랑스 검찰총장의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테러리스트가 세 팀으로 나뉘어 13일 밤의 참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으며 현재 프랑스 경찰은 테러 배후 집단과 집단적인 살인 행위에 자금줄을 대고 있는 단체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였다고 합니다.
경찰들은 13일 밤의 비극에 대처하기 위해 최대한의 증업을 확보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죽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에서인지 경찰의 무력함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 사건을 프랑스에 대한 전쟁 행위로 정의하고 강력 대응을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며, 파리는 여러 관광 시설들이 문을 닫고,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잔뜩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가면 왜 프랑스는 지하디스트의 주요 표적이 되었을까요 ?
현재 시리아와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슬람 국가의 반인류적인 테러를 막기 위해 아프리카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프랑스군와 영국군이 아프리카 내의 유럽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최근 아프리카 내 주둔 군대에 관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 영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현재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내의 테러 문제에 좀 더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국제 관계 전문가인 마크 핵커 (Marc Hecker)는 프랑스의 정교분리원칙이 지하디스트들에게는 국가에 의해 체계화된 이슬람 공포증의 한 종류로 판단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파리 테러 사건 이후의 (극)우파 정치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현 대통령인 프랑소아 올랑드를 비판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현 공화당(전 UMP) 사무 총장인 로헝 보키에 (Laurent Wauquiez)는 « 테러범으로 의심이 가는 이들을 구금할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주장하였으며, 공화당원인 나딘 모라노(Nadine Morano)는 «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이 제시한 3일간의 애도 기간은 그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책 »이라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 프랑스로 오는 이민자들을 그만 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른다. 그들은 젊은 층으로 구성된 군대 »라며 칼레시로 몰려오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의 아들인 루이 사르코지(Louis Sarkozy)는 비록 15분 후에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 올랑드 대통령의 무능함과 나약함이 프랑스 전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왔다 »며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와 극우파 정당FN의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의 입장은 유투브에서 영상으로 가져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시점에서, 사건 해결 이라는 이유를 핑계 삼아 정치인들이 정치적 싸움을 하는 것 같아서 어제 친구와 뉴스를 보며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참 감동적이었던 것은, 테러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길거리를 헤매는 이들을 위해 집문을 열어준 파리 시민들의 연대 의식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테러의 위험에 노출된 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파리 사람은 본인의 트위터에 #PorteOuverte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우리 집에 두 명이 더 잘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어요. 주소는 –에요.’ 라는 식의 트윗글을 올렸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더욱이 무수한 사상자를 낸 무시무시한 테러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집으로 돌아가며 그들은 국가인 라 마흐세이에즈를 불렀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의 핵심 가치인 ‘자유’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와 애국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인 거겠죠 ?
아래의 영상은 국가를 부르며 귀가하는 프랑스인들을 시민이 촬영한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