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프랑스의 고등 교육 시스템 !

B.T.S.? 프랑스의 고등 교육 시스템 !

Bonjour tout le monde !

 

안녕하세요 !

매 해 겨울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프랑스 현지 리포터 박 선아입니다.

세계 문화 스케치북 독자분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원래 예정대로 불문학 석사를 졸업하고,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람 일이라는 게 늘 마음먹은 대로 다 되진 않더라구요

역시 문학을 계속 하면서 직업을 얻기는 힘든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랑 현실이랑 어느 정도 선에서 일찍이 타협을 했어야 했는데, 그 동안 해온 것을 쉽게 놓아버릴 수가 없어서 약간의 방황을 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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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버터와 버터를 살 돈 둘 다를 가질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제가 겪은 상황과 어딘가 딱 들어맞네요.

 

유학생 신분에 사치스럽게도 휴식시간을 갖게 되면서 그 동안 열심히 어떻게 해야 이 곳에 정착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답니다. 아니, 사실 석사 1학년을 마쳤을 즈음부터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어요. 순수학문이 아닌 실용학문을 해야한다는 것을요.. ㅎㅎ (참 슬퍼요)

이왕 과를 바꾸기로 한 거 취직에 도움이 되는 매우 매우 (*100) 실용적인 과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죠.

더 이상 그리 내세울 것도 없는 프로스펙러가 될 순 없었거든요   (웹툰 잡다한컷의 한 컷이 자꾸 떠오르네요)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B.T.S.입니다.

주의 ! 방탄 소년단의 약자 BTS가 아닙니다.

B.T.S.는 Brevet de technicien supérieur 의 약자로 직업 전문 과정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름부터 막 실용적인 느낌이 팍팍 풍기지 않나요 ?

해당 학과를 졸업하면 Bac+2, 즉 학사 2학년에 준하는 학위를 얻게되요.

학사 2학년에 준하는 학위 ? 직업 전문 과정 ? 이런 표현들이 한국의 진학 시스템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울까봐 표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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쨘, 여러분 위의 표에서 B.T.S.를 찾으셨나요 ?

분명 학사 2학년에 준하는 학위라고 했는데, B.T.S.가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거라고 짐작해요.

(저도 사실 많이 당황했어요…지금도 매 순간 당황 중이에요…ㅎㅎ 다시 고등학교에서 수업들으니까 매우 어색하기도 하구요)

 

표를 간략하게 설명을 할게요.

프랑스의 수능인 바칼로레아를 합격하고 나면, 고등학생들은 대학교를 갈지, 아니면 고등학교에 남아서 직업 과정 혹은 프레빠 (그랑제꼴 입시 준비반)를 할 지 선택을 하게 되요. 대학을 선택하게 되면 해당 학문과 관계된 여러 이론들을 깊이 있게 배우고 되고, 직업 과정을 선택하게 되면 해당 학과와 관계된 실용적인 기술들을 2년 동안 밀도 있게 배운답니다. (프레빠는 그랑제꼴 입시 준비반이라서… 엘리트들끼리 2년 동안 고3을 더 한다고 보면 되요. 얼핏 듣기로는 매주 토요일마다 실제 시험을 대비해서 모의 고사 같은 걸 본다던데, 정말 엄청난 학구열이 없으면 하기 힘들어보여요)

 

그렇다면 대학교 과정을 선택하면 졸업할 때까지 이론 중심적인 수업만 듣게 될까요 ? 아니에요 J 제가 번역을 잘 못해놔서 그렇지 대학교 학/석사에도 연구과정 뿐만 아니라 전문가 과정도 있답니다. 정말 연구직이 꿈이다,라는 학생들은 연구 과정으로 석/박사까지 이어서 하겠지만, 학업 후에 취직을 원하는 학생들은 학사 혹은 석사 마지막 학년에 전문가 과정을 선택해요. 회사들도 연구 과정 졸업자보다 전문가 과정 졸업자를 더 선호하기도 하구요.

 

아무리 그래도 대학 과정이 B.T.S. 직업 과정보다는 더 이론적인 것은 사실이에요. 수업 들으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직업 과정인만큼 정말 실무에 필요한 것들을 집중적으로 배운달까요.

예를 들자면 제가 속해있는 회계과에서는 결산 회계, 관리 회계, 부가 가치세, 회계 수학 같이 회계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과목들을 세세하게 2년 동안 배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맨날 공책에 줄긋고 장부 기입하고, ㅠㅠ 몰라서 멘붕오고 그런답니다.) 게다가 일주일에 3시간씩 실제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수업 때 배운 것을 연습해볼 수 있어요.

회계과에 들어가기 전에 예습을 하고 싶어서 실제로 LEA(작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라는 과에서 회계를 선택과목으로 듣던 친구의 필기를 빌려서 봤었거든요. 그런데 장부 기입에 관한 필기만 봐도 확실히 대학교에서는 B.T.S.에서 하는 것만큼 회계를 세세하게 배우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전에 회계 관련 질문이 있을 때 필기 빌려준 LEA친구에게 물어보면 « 교수님이 거기까지는 상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어 »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음, 어쩌면 제 설명이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해당 과정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

 

 

B.T.S.를 통해 얻는 학위가 대학교 과정을 통해 얻는 학위의 가치와 동등하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B.T.S.를 나왔다고 취업 시장에서 받는 불이익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학사 3학년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비해서 연봉은 적게 받겠지만, 그래도 B.T.S. 과정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직업인 육성에 알맞은 과정이라는 이미지가 더 일반적이라서 분야에 따라서는 취업에 유리할 수도 있구요 – 제가 선택한 회계의 경우가 그렇답니다. 더군다나 직업 과정을 택한다고 배움의 길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에요. B.T.S. 2년 과정이 끝나고 학업을 이어가고 싶으면 대학교 학사 마지막 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답니다.대학교를 바꾸려면 수능을 다시 치거나,어려운 편입 시험을 통과해야하는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 점수 혹은 학사/석사와 같은 고등교육 기관에서 공부했다는 증명서만 있으면 학교 바꾸는 게 어렵지 않아요.실제로 직업 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학사 3학년 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들 비율이 꽤 된답니다.

 

애증의 프랑스라고 매일 투덜대면서 지냈는데,이렇게 B.T.S.에 대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프랑스의 좋은 점을 발견하네요.배움의 길을 막아두지 않는 교육 시스템! 프랑스에서 해당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지내는데 익숙해져있어서인지 오랫동안 까먹고 있었네요.혜택받은 만큼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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