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일기) 20/12/2016 – 르망에서
현지 일기) 20/12/2016 – 르망에서
안녕하세요.
미지 세계문화 스케치북 프랑스 현지 리포터 박선아입니다.
마지막 포스팅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현지 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2016년도는 저한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해였습니다. 프랑스에 정착하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는데, 선택한 과는 프랑스인들한테도 수월하지 않은 학과였던 데다가, 교사나 교수가 되는 게 아니면 졸업 이후에 진로도 딱히 보이지 않았구요. 그 와중에 시간은 꼬박꼬박 흘러가고, 모아놓은 돈은 다 써가고 어느 순간 사람이 울적해지더라구요.
그러다가 석사2학년 2학기에 수업을 안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할 일이 사라지고, 자유 시간은 많아졌는데 여전히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구요.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순식간에 쓸모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어요. 친구들 모두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자주 바라봤어요. ‘이럴려고 프랑스에 온 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때면 괜히 울적해지기도 했구요.
그래도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다’고 해주었던 한국 가족들, ‘언제든 쉬러 르망에 오라’고 해주었던 르망 가족들, ‘필요하면 연락을 주라’던 석사 2학년 담당 교수님 덕분에 저한테 맞는 새로운 학과를 찾을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준 남자 친구 덕분에 프랑스에서 살겠다는 결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구요.
매 년 느끼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한테 둘러쌓여 있는 저는 참 행운아인거 같아요.
덕분에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시도다, 라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어요.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회계과에 들어갈 수도 없었거든요. APB (Admission Post Bac : 바칼로레아를 막 합격한 고등학생들이 상위 교육 기관에 지원하기 위해 이용하는 사이트)을 통해서 회계과 지원을 했는데 서류 전형에서 다 떨어졌답니다. 혹시 몰라서 비서행정과를 지원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비서행정과를 붙어서 체류증 서류도 문제 없이 낼 수 있었죠.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회계를 공부하고 있냐구요 ?
제가 비서행정과 수업을 들었던 학교에 회계과가 있어서, 쉽게 전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학기 초에 학과를 관두거나 전과를 하거나 혹은 대학교 과정에서 BTS과정으로, BTS과정에서 대학교 과정으로 옮기는 학생들이 많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프랑스는 교육 관련한 시스템이 참 유연한 거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주는 것 같달까요.
아무튼 이렇게 울기도 많이 울고, 좌절도 하면서 과연 프랑스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던 해가 끝나가네요. 늘 그랬듯이 저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저의 두번째 가족, 르망 프랑스 가족네에 와있구요.
아래는 프랑스 가족네 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인 벽난로 사진입니다. 한국집에는 없는 부분이다보니 더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벽난로에 발 녹이고 있는 사진 찍고 있으니까 이 집 둘째 딸 유미가 와서 자기도 같이 찍어달라고 하네요 ㅎㅎ 유미 너무 귀여워요. 오늘 유미한테 « 나는 너가 우리 언니면 좋겠어 »라는 말 듣고 엄청 감동받았어요. 어쩜 하는 말도 이래 예쁠까요.
비록 석사는 못땄지만, 고생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니 이번엔 중간에 포기 않고 끝까지 가보려구요.
꼭 프랑스 정착의 꿈을 이룰거에요.
프랑스에서 새로운 진로 찾기 Tip !
– 각 지역마다 있는 진로 정보 센터 이용하기 : CIO, CRIJ, CIDJ
* 검색창에 지역명+CIO/ CRIJ/ CIDJ 검색하기, ex) Nantes CRIJ
– 대학교 학사 1학년의 경우, 1학기 이후에 전과 기회가 주어짐. 과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이 때 전과를 고려해보기.
– BTS의 경우, 자신이 다니는 학교 내에 존재하는 과에 한해서 학기 초에 전과가 가능. 본인이 속해있는 과의 총책임자(CPE)에게 전과 요청을 하면 됨.
– BTS의 경우, 1학기 이후 APB 사이트를 통해서 전과가 가능 (과를 옮기거나, 학교를 옮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