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곽 산책 – 생 제르망 엉 래
파리 외곽 산책 – 생 제르망 엉 래
안녕하세요
파리 외곽에 살고 있는 미지 세계문화 스케치북 프랑스 현지 리포터 박선아입니다 !
여러분은 파리 외곽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드나요 ?
아무래도 좀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많죠 ? 프랑스인들도 마찬가지로 파리 외곽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자주 떠올린답니다. 현대 프랑스어에서 외곽(banlieue)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어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해당 단어는 처음부터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봉건 영주들이 다스리던 영토들 간의 경계를 뜻하는 단어였지요. 그런데 19세기부터 파리에 살고 있는 하층민들이 외곽으로 쫓겨나면서 외곽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 시작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자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통해 파리 외곽으로 쫓겨난 하층민들이 느껴야만 했던 모멸감을 묘사했습니다. 아래는 레미제라블의 인물 중 하나인 가브로슈가 부르는 노래이죠.
On est laid à Nanterre,
C’est la faute à Voltaire,
Et bête à Palaiseau,
C’est la faute à Rousseau.
우리는 낭테르에 있기엔 추하죠,
이건 볼테르의 잘못이에요,
우리는 팔레조에 있기엔 멍청하죠,
이건 루소의 잘못이에요.
그렇게 점차 하층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곳에서 무리를 지어 새 삶을 꾸려나가면서 외곽은 상류층들이 사는 안전한 파리에 비해 « 상대적으로 » 치안이 불안정한, 무서운 동네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외곽에 살아보니 모든 파리 외곽이 위험한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을 통해 제가 최근들어 알게된 예쁜 외곽 도시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제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생 제르망 엉 래(Saint-Germain-en-Laye) 라는 도시에요.
아마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도시 이름이 익숙할지도 모르겠어요. 바로 파리 생 제르망 팀이 결성된 도시가 바로 생 제르망 엉 래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적으로 생 제르망 엉 래는 RER A선의 종착역 중 하나로, 4존에 위치합니다.
위의 사진은 RER A선 노선도입니다. A1선 제일 끝에 Saint-Germain-en-Laye라고 표시된 역이 보이시나요 ? 왠지 RER A선 종착역인데다가 4존에 위치하고 있어서 파리와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데, 사실은 RER 선을 타고 약 25분 정도 나가면 금방 샤를 드 골-에뚜왈 역에 도착한답니다. 그렇게 먼 도시는 아니에요.
생 제르망 엉 레는 이블린 지역에 사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도 예쁘고 좋은 동네로 꼽힌답니다. 제 남자 친구가 취직을 하고 이블린 지역에 집을 구하러 다닐때, 직장 동료들 모두가 입을 모아서 가능하면 생 제르망 엉 레에서 집을 찾아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한 번은 남자 친구와 같이 생 제르망 엉 래 갔었는데, 제가 사는 외곽 동네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서 많이 놀랐답니다. (저도 그 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부촌이라 그런지 집세가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학교라도 그 쪽 동네로 다니니 만족하고 살아야죠.)
자, 그러면 생 제르망 엉 래에 대해 알아볼까요 ?
자료는 해당 도시의 공식 사이트를 참고하였습니다 . (http://www.saintgermainenlaye.fr/)
베르사유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생 제르망 엉 래에는 르네상스풍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비유 궁전 (Château-Vieux)이 있습니다. 프랑스 왕들이 거주했던 궁전들 중에서도 아름다운 궁전으로 꼽히죠.
1124년도 루이 르 그로 6세에 의해 처음으로 지어진 이 궁전은 백년 전쟁 중에 화재로 손실되었습니다. 하지만 샤를 5세가 5각형 모양의 궁전을 다시 쌓아 올리고 이후 프랑소와 1세가 성을 증축하면서 르네상스풍의 감성을 덧입혔죠. 이 곳에서 그 유명한 헨리 4세와 루이 8세가 머물었었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태어났답니다. 또한 이 궁전은 베르사유 건축 이전 태양왕의 주 거주지이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성 안뜰의 사진입니다.
물론 생 제르망 엉 래에 볼 거리가 궁전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도시 자체도 예뻐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답니다.
노상 마켓이 열리는 플라스 드 마흐쉐로 가면 19세기 초에 지어진 집들도 볼 수 있구요,
르네상스 풍의 궁전 및 박물관을 감상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답니다.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 전에 한 번 생 제르망 엉 래에 들러서 루이 14세의 탄생지를 산책해보는 건 어떨까요 ? 온 김에 파리 외곽의 예쁜 도시도 둘러보고요. 게다가 생 제르망 엉 래와 베르사유 사이를 왕복하는 버스(express ligne 1)도 있어서 교통편이 복잡하지 않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