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물!
오늘은 독일의 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이 그냥 물이지 뭐 딱히 설명할 것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독일은 음식은 단순한 것에 반해 식수는 생각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 집 앞에 있던 그냥 마트에 물코너(?)입니다!
저도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목이 말라 물을 사러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가 이런 장면을 보고 되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이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고른 그 물은 엄청나게 센 탄산수였고 이상하게 짠 맛도 같이 났습니다. 갈증을 해소하려고 마신 물인데, 괜히 짜기만 하여 결국 다 마시지도 못하고 버린 후, 그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하루에 한 병씩 새로운 물을 시도하며 저에게 맞는 물을 찾기 위한 연구 아닌 연구를 했었습니다. 그때 힘들게 몸으로 배운 “독일 물”에 대해 여러분께 공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독일에서의 식수는 크게 Mineralwasser와 Leitungswasser로 나눌 수 있습니다. Mineralwasser는 슈퍼에서 사먹는 생수를 지칭하고 Leitungswasser는 tap water, 즉 수돗물입니다. 또, Mineralwasser는 탄산의 유무, 나트륨의 정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탄산의 세기에 따라 또 나뉘기도 합니다. 탄산수가 일반 생수보다 더욱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탄산 없는 생수를 마시기 위해선 물병에 Ohne Kohlensäure 또는 Still이라고 쓰여있는 물을 골라야 합니다. 또한 물병의 뒷면표기를 보면 나트륨 함유량이 다 다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물을 골랐다간, 정말로 짠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물을 드셔야 할 수도 있으니 잘 확인하세요!
그리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대부분의 식수는 석회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센물이라 탄산이 없으면 미끈미끈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Mineralwasser를 사서 마실 때 탄산수를 마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마시던 물맛을 찾기 위해 마트의 거의 모든 Mineralwasser를 마셔봤지만 결국 그 미끈거림이 없는 무탄산수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포기를 하려던 즈음, 의외로 입맛에 잘 맞는 물을 발견하였는데, 그게 바로 Leitungswasser였습니다.
독일의 수돗물은 마실 수 있다라는 것은 오기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무언가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하다 너무 목이 말라 옆에 있는 독일 학생에게 학교에 정수기(water dispenser)가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흔쾌히 안내해주겠다던 그 친구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볼일을 보고 데려다 주려나 보다‘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 친구가 따라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도 목이 말랐다고 하면서, 세면대에서 바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문화적 충격을 조금 받았지만, 저도 목이 너무 말랐었기에 그 친구가 하는대로 저도 같이 옆에서 마셨는데, 제가 근 한달간 찾고 있었던 그 익숙한 물맛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한달 동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고, 그 다음날부터 저는 Leitungswasser를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수질은 백년전만해도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석회질 투성이인데다가 산업혁명 이후의 급격한 공업화로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 국가차원의 대규모 수질관리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현재는 독일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돗물을 그냥 식수로 마셔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럽 안에서도 독일의 수도는 깨끗한 편에 속하며 독일 사람들도 그것에 매우 뿌듯해하며 지역별 „물부심“ 꽤 존재합니다. 저도 3년간 독일의 니더작센, 튀링겐, 바이에른 주에서 지내면서 항상 Leitungswasser만을 마셨는데 아무 문제가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