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기업문화!

안녕하세요, 독일의 백청안입니다!

지난 가을 독일에서 인턴을 했었는데요,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어서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었습니다. 왠지 독일에서의 직장생활이라 하면 매우 딱딱하고 형식적일 것이란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출근 이후로 그 긴장은 바로 눈 녹듯 사그라들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친절했고 분위기도 정말 편해서 인턴도 어렵지 않게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때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리포트에서는 독일의 office culture에 대해 조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바이에른 주의 슈바인푸르트 시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근교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었습니다. 슈바인푸르트 시에 거주하고 있었던 저는 교통수단이 없어 당장의 출퇴근이 문제였습니다. 버스도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아서, 진지하게 중고차 구매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첫 출근 전날 그 회사의 사장님이 저를 직접 태우러 저희 집까지 온다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희 집 대문 앞에서 포르쉐를 타고 진짜 와있는 사장님을 보니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습니다. 긴장하고 있는 저를 편하게 대해주고, 출근길에 직접 직원들의 아침을 위해 동네 빵집에 들려 빵을 사는 권위주의와 전혀 거리가 먼 사장님을 보며 저는 긴장을 많이 풀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사장님은 저를 따로 불렀습니다. 조금은 긴장하고 찾아가니 사장님은 저에게 대뜸 말을 놓으라고 하더군요! 한국어만큼은 아니지만 독일어에도 영어와는 다른 엄격한 존댓말이 있고, 그 존댓말은 공식적인 자리,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 그리고 회사에서 쓴 다고 배웠던 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조금 더 편하고 친밀한 관계가 업무효율도 높인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기를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조금 불편했지만, 실제로 직원들과 친구처럼 친해져 업무를 같이 진행하는 데에도 편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생겨 업무의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에두아드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총괄하는 친구랑 같은 사무실을 썼는데, 이 친구와도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고 (그리고 진짜 친구가 되었습니다!) 둘 다 EDM을 좋아해서 일을 할때면 항상 사무실에 일렉트로닉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추며 일을 했습니다. 적응이 잘 안될 정도의 프리함에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회사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이렇다보니 일도 매우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회사에서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칼 같았던 출퇴근 시간입니다. 지난 리포트에서 설명했다시피 독일인들은 시간에 대한 엄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출근시간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독일에서는 퇴근시간에 대한 엄수가 출근시간보다 더 잘 지켜집니다. 저희 회사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4시반에 퇴근을 했는데, 보통 4시쯤 되면 다들 업무를 멈추고 퇴근 준비를 합니다. 4시부터 준비해서 4시반 정각에 회사에서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보통 회사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사장님인데, 우리나라였으면 눈치 보여서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 못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곳에선 다들 매우 쿨하게 “Bye, Thomas” 한마디 남기고 집에 가버립니다.

사실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보면, 회사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사장님인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리들이 불필요한 관습이나 눈치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시골에 위치하고 20명 남짓 되는 직원의 이 작은 회사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하직원들이 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다라는 것은, 몇년 전 국민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손학규 대선후보의 슬로건처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라는 뜻입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만하고 집에 와서 자고 다시 출근하는 쳇바퀴 인생이 아니라, 퇴근 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여러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일터로 다시 나오면 능률이 오를 수 밖에 없기에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이르고 정확한 퇴근시간 덕분에, 퇴근 이후의 제 개인적인 하루를 계획할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것이 전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착한 기업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어렴풋한 꿈을 가진 저에게, 이곳에서의 저의 짧은 3개월 간의 인턴쉽은 학업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 올바른 기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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