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에도 사투리가?!
안녕하세요, 독일의 백청안입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독일의 공식언어, 독일어(Deutsch)에 대해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독일어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벨기에에서 공용어로 쓰이고 프랑스의 알자스와 로렌지역, 북부 이탈리아, 헝가리, 체코, 그리고 심지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서도 사용되는 매우 큰 언어입니다. 모국어로서의 사용자만 1억 2천여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어에는 사실 정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Hochdeutsch라 부르는 표준 독일어는 니더작센 주의 하노버 시에서의 방언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 표준어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의 기준이고 스위스는 이 Hochdeutsch를 표준어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표준어도 표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투리 혹은 방언이라 부르는 dialekt도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Dialekt란 우리나라의 사투리처럼(제주도 방언 제외!) 발음이나 억양 정도만 차이가 나는 Akzent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국어 표준어에 ‘학교’가 경상도 사투리에선 ‘핵교’정도라면, 작은 빵을 뜻하는 독일 표준어 Brötchen이 함부르크에서는 Rundstücke, 스위스에서는 Weggli, 제가 있었던 Franken지역에서는 Kipfl으로 불리기 때문이죠. 이처럼 독일어 방언들은 같은 뜻을 지칭하는 단어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지역별 억양까지 더해지면 표준어와 차이가 큰 곳의 방언은 거의 외국어로 들릴 정도입니다! 미국에 이주한 독일인 후손들이 영어와 혼합하여 쓰는 특수한 미국독일어, 독일인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스위스독일어와 뮌헨에서 쓰이는 바이에른 주의 방언들이 이 “외국어 독일어”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프랑크푸르트부터 시작하여 뮌헨, 잘츠부르크 그리고 취리히까지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막 독일어가 들리기 시작하고, 말도 조금 하게 되었을 때라 저는 독일어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고 그래서 영어와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고 독일어권 3개국을 혼자 여행해보자는 조금은 무모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처음엔 조금 떨렸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혼자 모든 일정을 문제없이 마치자 제 자신감은 다시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마치 독일어를 이제는 완벽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독일어가 너무나 쉽게 느껴졌습니다. 그 기분은 정확히 3시간 후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라졌습니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서 예약한 호텔을 찾기 위해, 저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봤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스마트폰 지도어플 없이 이 방식으로 아무 문제없이 호텔과 가려는 모든 곳을 잘 찾았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중앙역 앞에서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 그 순간, 저는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건 제가 배웠던 독일어가 전혀 아니었고 저는 정말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독일어에도 사투리가 있고 그 사투리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내가 독일어를 너무 못한다고 생각했고, 짧았던 그 자신감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뮌헨부터 시작해서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로 갈수록 방언은 더욱 심해졌고, 저는 정말 제가 독일어를 너무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고 덕분에 그 여행을 계기로 쓸데없는 자만감을 줄이고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제 독일어를 못 알아들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뭐 사실, 제가 Hochdeutsch를 사용하는데다가 외국인답게 매우 느리게 말하기 때문에 못 알아들을 이유가 없긴 합니다. 다들 예상한대로, 그분들의 억양을 제가 못 알아들었던 것 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한번 남쪽 여행을 갔다 오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때 그분들은 저에게 최대한 Hochdeutsch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신 거였다는 겁니다! ‘사투리가 있어봤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직접 한번 들어보세요. 독일어를 못해도 그 차이가 느껴질 겁니다!
독일의 주(州)별 방언의 차이를 직접 들어보기: http://www.bild.de/ratgeber/2015/sexy/dialekte-ranking-bayerisch-sexy-mundart-quiz-dialektor-soundatlas-40479734.bild.html
스위스 독일어와 독일어의 차이 들어보기: https://youtu.be/Gz2S9iggd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