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공부하기!

독일은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나라이다. 단순히 어학원이 좋고 대학교가 유명해서가 아니다. 대학교의 시설이 좋아서도 더더욱 아니다. 공부할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독일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했다.

독일에서 햇수로 벌써 3년째 공부하면서 나는 그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교육에 관한 독일의 철학은 매우 뚜렷하고 그것은 교육 시스템과 정책으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는 프랑스로의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독일로 목적지를 ‘급’ 선회한 지 3개월 만에 독일에 도착한 나의 독일어 실력은 물론 제로, 그 자체였다. 그러나 1년 만에 내 독일어가 스튜디언 콜렉에 붙을 정도로 향상된 것은 어학원의 프로페셔널한 수업방식과 선생님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수동적이고 주입적인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하루 단 3시간의 자율적인 수업은 많은 의문점을 들게 했지만, 결국 그 방식은 적어도 나에겐 옳았다. 어학원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중인 콜렉에서도 한국식 교육과 사뭇 다른 전문성은 가르치는 과목은 물론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교육학’까지 동시에 전공한 선생님들과 능동적인 수업분위기를 통해 여전히 느껴진다.

독일에서의 학생 신분은 그야말로 최고의 혜택들을 가지는데, 일단 가장 큰 첫 번째 장점은 등록금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학생에게뿐만 아니라 학부모님에게도 크나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로 유학을 결정한 큰 이유들 중 하나가 나도 이 부분이었다. 학비가 전혀 없다는 점은 단순한 복지 정책 외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학생이 학생의 본분인 공부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전체 고등학교 졸업자의 30%밖에 되지 않는 독일에서 대학이란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만 희망해서 가는 곳이다. 그만큼 대학공부는 쉽지 않고 그래서 더더욱 독일 정부는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선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다.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나 아우스빌둥이라고 불리는 이원적 직업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직업학교에서는 일을 배우는 동시에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생활비를 자급할 수 있으며 대학생들은 학비면제와 더불어 BAföG 등 여러 장학금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있어 사실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니느라 고생하는 대한민국 대학생들보다 쉽게 자립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학생으로 사는 데에는 정말로,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 아주 작은 예부터 들어보자면, 대학생들은 학생증을 지참하면 해당 주내(州內) 철도편과 그 도시 안에서의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독일의 평균물가는 우리나라보다 비싸지만 식재료를 비롯한 생필품의 가격은 오히려 정책적으로 안정되어있어 더 싸다. 학생들을 위한 학교 기숙사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Wohngemeinschaft)의 보증금과 임대료도 비싼 편이 아니다. 따라서 유학생들도 여러 혜택들을 잘 이용한다면 대학입학과 동시에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는 요즈음 추세도 이러한 독일의 안정적 경제적 상황과 독일 대학생으로써의 혜택이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대학을 1-2년 다니다 오거나 고등학교 졸업 후 독일로 오는 학생들은 평균 1-2년 어학과정 후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학 후에는 경제적 자립까지 이룰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 이외에도 독일에서의 공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유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일의 “교육환경”은 바로 노력한 만큼 성취가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대학진학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독일에선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률이 한국만큼 세지 않다. 하지만 한국보다 대학입학이 더 쉽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독일과 한국의 대학교는 살짝 그 개념이 다른데, 일단 서열이 있는 한국 대학과 달리 독일의 모든 대학은 평준화가 되어있으며 성적순으로 합격을 시키는 수능과는 다르게 독일의 대입시험은 단순히 자격을 심사하는 시험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일정 자격을 넘긴다면 어느 대학이든 희망하는 대로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그 자격을 따기가 쉽진 않지만 적어도 나보다 좋은 점수를 가진 다른 사람 때문에 대입이 좌절되는 경우는 드물다. , 대학교 자체가 유명하기 보다 대학교의 특정 학과가 유명한 교수진이나 커리큘럼에 따라 인기있는 경우가 더 많다.

만약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했다면, 보통 어학원을 통해 독일어 실력을 쌓고 DSH를 통과한 후에 대학에 바로 지원하거나, 스튜디언콜렉에 입학해 두 학기간 독일어를 비롯 희망 진학학과에 맞는 여러 과목들을 공부하고 FSP시험을 통해 독일 대학교에 입학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물론 여러 시험들을 거쳐야 하며 때때론 많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본인이 학교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실력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 누구나 충분히 성취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입학이 현지인보다 어렵거나 다른 특수한 전형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외국인을 위한, 지원해주는 제도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FSP는 외국인들을 위한 대학입학시험으로 현지 고등학교-Gymnasium-를 졸업한 독일학생들이 보는 Abitur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차별이 아닌 평등을 위한 다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독일은 매우 합리적인 곳이다.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자칫 딱딱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이익도 없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곳, 이것이 바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독일로 찾아오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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